성별 여성분량 미상
은밀한 감사 · 주인아
기준아, 나 할 말이 있어. 나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이제 더 바쁠 거야. 새벽 출근하고, 툭하면 야근하고, 외부 일정도 많아질 거고. 지금처럼 문자나 전화에 째깍째깍 답장 잘 못할 수도 있어. 그리고 무엇보다, 나 아마 성격이 더 더러워질지도 몰라. 그만큼 책임도 많고 예민해지는 자리니까. 지금보다 더 성격 급해지고, 더 까탈스러워지고, 더 화도 많아지고... 너한테 막 스트레스 풀 수도 있어. (기준: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나랑 같이 살래? 같이 살아보자, 우리. (기준: 동거를 하자고요? 갑자기?) 응. 오늘 소식 듣고 너무 기쁜데, 기준이 너한테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더라고. 집에서 혼자 자축했는데 별로 기쁘지도 않고, 너랑 같이 먹을 때처럼 파스타가 맛있지도 않고. 언젠가부터 기쁨도 슬픔도 너랑 나누는 게 익숙해졌는데 내가 몰랐었나 봐. 나도 이미 너랑 함께하는 일상을 그리고 있었는데, 그냥 막연하게 '결혼은 안 된다'는 생각에 갇혀 있었던 것 같아. 사실 결혼은 아직 자신 없어. 우리 아버지는 가정을 지키지 못했고, 우리 엄마는 결혼이라는 제도에 제대로 속해보지도 못했잖아. 내 삶에 너무 없던 개념이라 확신이 없는 게 사실이야. 그래도 기준이 너랑 함께하고 싶으니까 시간을 갖고 천천히 같이 사는 것부터 해보고 싶어. 뭐야, 좋다 싫다 대답을 해야지! 나 혼자 쫑알쫑알 무안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