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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X · 유나
그냥 안 하면 안되요? 나도 찾아봤어. 안 좋던데? 예후인가 뭔가 하는 거. (손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하며) 나 정도면 그냥 이거 아니에요? 지겨워. 지겨워서 그래. 엄마, 이모, 애들이 뭐라 그러는지 알아? 나보고 약쟁이래. 매날 화장실에서 지 손으로 주사 놓는다고. 근데 이젠 나 죽을 병까지 걸렸대. 엄마 몸도 불편하면서 내 뒤치다꺼리 하는거 힘들지도 않아? 그럼 이모는? 툭 까놓고 보면 이모가 제일 힘들껄? 몸 불편한 언니에, 죽을 병까지 걸린 조카에, 우리 때문에 도배 일 남들보다 두 배는 더 뛰고. 이모는 무슨 죄인데? 나 좀 내버려 둬. 그냥 좀... 그냥 다 그냥 가. 나 죽게 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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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싫어서 · 주계
(송지명 : 우리 부모님 원래 저런 사람 아닌데 좀 이상하네.) 괜찮아. 아들이 취직하고 그러니까 좋아서 그러시는 거겠지. (송지명 : 우리 부모님이 너 곤란해할까 봐 일부러 이것저것 안 물어본 거 같아.) 뭐가 곤란해? (송지명 : 내가 니네 집 사정 미리 말씀 좀 드렸거든...) 우리 집 사정이 어떤데? 뭐, 불쌍한 사람들이라고? 야, 우리 엄마, 아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야. 니네 가족들이 배려해야 되는 사람 아니라고. 뭐가 오해야? 내가 지금 뭐, 자격지심 때문에 이러냐? 말 좀 그렇게 하지 마라, 진짜, 씨. (송지명 : 왜 그래? (봉투를 건네며) 이거 우리 엄마가 너 주라고 한 건데 오해할까 봐 못 주겠다.) 뭔데...? 너 미쳤냐?! (송지명 : 이거 돈 아니야, 상품권이야.) 야, 상품권이면 뭐가 달라? 뭐, 씨발, 적선을 하고 있어! 너 왜 이렇게 나 비참하게 만드냐? 나 너랑 같은 대학 같은 과 나왔어. 니네 집처럼 과외 붙여 주고 학원 보냈으면 너보다 훨씬 좋은 대학 갔을 거라고. 야! 취직 못 해서 대학원 다니고 있는 니네 누나보다 낫다. 씨발, 무슨 유아 교육을 대학원까지 가서 배우고 있어? 나한테 미안하다고 하지 마. (봉투를 찢어 버리며) 받은 걸로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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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비 사이드 · 김형서
(소주를 스스로 따라마시며) 아 그지 새끼들이 팁 안 준다고 지랄을... 하지만 (팁 꺼내며) 받아왔지 내가! 존나게 벌어서 이 바닥 떠야지. (풍경 사진 보며) 저런데 가서 아무것도 안하고 살다가 간지나게 죽는다. 내가. 죽는거만큼은 내가 선택하면 안되나? 갈 땐 가더라도 (담배 물며) 담배 한 대 정돈 괜찮잖아. (길호의 문신을 보며) 그거 오빠가 직접 한거라면서요? 나도 하나 해주면 안되나? 친구 된 기념으로? (길호 : 내가 왜 니 친구냐?) 그럼 뭐 애인인가? (팔의 상처를 만지며) 아니... 이거 가리고 싶어서. 징그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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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남주 · 진남주
(넌 그런 거 없어? 연애 로망이나 원하는 사랑!) 음! 하나 있어! 나는 남자 둘이, 둘 다 근데 존잘이어야 돼. 타입이 좀 다른 존잘님들! 예를 들면 한 명은 청순하면 한 명은 좀 섹시? 근데! 둘이 막 싸우는 거야. 질투도 해. 막 둘이 기싸움 해. 장난 아냐. 근데 그걸 나만 몰라 . 주인공은 나야. 아님 막 요렇게 셋이 만나. 둘 다 좋은 걸 어떡해 막 이러면서... 왜! 얼마나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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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죽을 연애따위 · 구여름
그래, 나 속물이다. 좀 있어 보이는 남자가 데리러 오면 덜 쪽팔릴 것 같아서 부탁 좀 했다. 어려운 일도 아닌데 그걸 못 들어줘? (재훈 : 그 새끼한테 왜 그렇게 잘 보이려고 그러는 건데?) 잘 보이고 싶은 게 아니고! 진짜, 알지도 못하면서... 너무 찌질해서 그래. 연애 같은 거 안 해도 상관없는데, 그딴 거 아니라도 내 인생 충분히 바쁘고 피곤한데, 근데... 그냥 어떨 때는 초라해진단 말이야. 날 좋아해 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나한테 하자 있는 거 같다고! 썸 타다 쫑 났을 때 쿨한 척하는 거 힘들어. 남자한테 잘 보이려고 애쓰는 것도 치사스럽고. 애쓰고, 노력하고, 기대하는 게 되게 추접스럽다고.... (재훈 : 그러니까 가볍게 해. 왜 그렇게 애매한 새끼들한테까지 애를 쓰는 건데?) 아무도 나한테 애를 안 쓰니까! 어느 순간부터 나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넌 이게 어떤 기분인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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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서울 · 유미지
내가 어제 무슨 꿈을 꿨냐면 내가 호랑이랑 싸우는 꿈을 꾼 거야. 무기도 없이 그냥 맨주먹으로. 근데 걔도 이빨을 안쓰고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복싱하는 것처럼 가드를 빡 잡고 나한테 선빵을 날리는거야. 내가 딱 맞았지. 근데, 어? 푹신해. 어? 생각보다 안 아파. 완전 냥냥펀치. 그래서 내가 바로 멱살을 팍 잡아다가 그냥 빡 메쳐가지고 두드려 패줬지. (호수 : 그러니까... 동물을 때린거야?) 응. 아! 근데 걔가 되게 못된 호랑이였어. 그 '라이언 킹'에 나오는 삼촌같이. (호수 : 그래서 길몽이래?) 아 그러니까, 내가 찾아보니까 그냥 길몽이 아니라 콕 집어서 승소하는 꿈이라고 나왔더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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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말고 다른 연애 · 이미도
너 나 많이 무겁잖아. 벅차잖아. 그러니까 이제 그만해. 너 이제 나 봐도 떨리지 않지? 니가 그랬잖아? 나만 보면 전력질주 한 것 처럼 숨이 찬다고. 근데 지금도 그래? 아니지? 남궁, 중학교 때 내가 안무거웠던 거는 니가 그만큼 나를 사랑했기 때문이야. (어떻게 평생 뜨거워? 내가 노력할께.) 또 그만큼 무거워지겠지. 그리고 난 더 초라해질꺼고. 남궁, 너의 그 사랑은... 아니, 너의 그 책임감 의무감 부채감은 나를 초라하게 만들어. 그래서 난 내가 점점 싫어져. 그거 알아? 나 니 눈치 되게 많이 본다? 있잖아... 눈치랑 배려랑 참 비슷한 거 같잖아? 근데 배려는 하면 할 수록 내가 좋은 사람이 된 거 같거든? 근데 눈치는 보면 볼 수록 내가 초라해져. 근데 나 여기서 더 초라해지면 진짜 끝이야. 그러니까 헤어지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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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우와 선녀 · 박성아
근데 나 언제부터 예뻐보였어? 원래 예쁜 게 먼저잖아. 예뻐서 계속 보게되고, 그러다 좋아지고.... (글쎄다. 너는?) 질문을 질문으로 받네, 용의주도하게? 그렇지만 내 대답은 이미 준비되어 있지. 난 처음부터. 응 처음. 법당 들어온 그 날, 보자마자 바로 반해버렸어. 엄청 잘생겨서. 그리고 옆에 있어 준다고 했지. 혼자 울고 있는 사람 옆에 말없이 있어준다고. 젤 좋은 방법 같더라. 모르는 사람 달래주고 싶을 때 할 수 있는 가장 다정하고 가장 따듯한 방법. 그 날 너한테 제대로 한 수 배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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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사나이 · 박석희
오빠랑 만났어? 만났구나? 만났네, 만났어. 뭐야? 연애 시작이야? 어머 어떡해! 둘이 진짜? 자석도 아니고, 한 번 봤다고 둘이 딱 붙은거야? 둘이 사귀기로 했어? 미치겠다. 진짜. 그래, 둘이 잘해 봐. (나 신용등급 하락한 거 아니지?) 아니지, 울 오빠 만나준다는데 등급 상승이지. 너도 잘되고, 울 오빠도 잘 됐으면 좋겠다. 넌 잘 모르겠지만 울 오빠 고등학교만 안 잘렸어도 저러고 있을 사람 아니다? (석철 오빠 학교 그만뒀어?) 그만둔 게 아니라 잘렸어. 퇴학 당했잖아. 너 전학가고 나서 일이라 잘 모를텐데 오빠가 사고 한 번 세게 쳤어. 너 걔네들 알지? 송포고 일진 애들. 울 오빠가 걔네 학교까지 찾아가서 학교 유리창 다 깨고 애들 다 두들겨 패고 난리였어. 소년원까지 갈 뻔 했다가 퇴학당하는 걸로 끝났지. 샌님같던 오빠가 갑자기 무슨 일 때문에 그랬는지 모르겠어. 그 일만 아니었으면 오빠 인생이 다르게 풀렸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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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사나이 · 강미영
어릴 때 어느날 엄마가 마을버스 타고 좀 멀리 날 데려가는 거에요. 어디 가냐 물었는데도 엄청 웃기만하고, 알려주지도 않고... 약간 분식집보다 조금 큰 중고 피아노 가게였어요. 제일 높은 도를 쳐 봤을 때, 예쁜 소리가 나면 그거 사야겠다... 가게 끝날 때까지 도만 치면서 피아노를 구경했던 거 같아요. 엄마랑 무슨 약속도 했었는데 그게 기억이 안 나요. 아마 뭐, 그냥 딸이랑 엄마랑 했던 그냥 사소한 약속이었겠죠? 그냥, 밤늦게는 피아노 치지 말자, 편식하지 말자, 더 말 잘 듣자, 이런 거? 그냥 그렇게 사소하게 하는 약속들이 이제 와서 보니까 너무 크게 느껴지네. 이제 다시는 엄마랑 그런 약속 같은 거 못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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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썸 · 송하경
그냥 지긋지긋해서 다 잘라달라고 했어. 왜 그렇게 오버인데? 그깟 나무가 대체 뭐라고. 어차피 이 집 팔면 다 없어질 것들이야. (진심이야? 너한텐 17년 추억이 없어질 것들이야?) 추억? 우리가 무슨 애야? 너 나랑 저기서 키스 한 번 했다고 이러는 거야? 그렇게 따지면 나 전 남친이랑 헤어질 때마다 버스 정류장에서 했어. 네 추억 나한테까지 강요하지 마. 365일 중에 끽해야 21일 온 주제에, 여름 잠깐 있다가 항상 돌아가는 주제에, 네가 나한테 뭐라고 할 자격이 되냐? 너는 방학 때 잠깐 왔다 가버리면 그만이니까 여기가 뭐 별장 같고 휴가 같고 그런가 본데 나는 끔찍해. 너무너무 뭐가 많아. 집안 곳곳이 다 그래. 거대해 이 공간이. 너무 내 인생의 축약판이라고. 진짜 지긋지긋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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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신의 아이들 · 백아현
천국의 문... 어머? 추억의 이름이네? 내가 왜 봉사 활동을 그렇게 열심히 다니는지 알아요? 내가 재벌 딸이라도 남들이 나랑 비슷한 집, 비슷한 차, 비슷한 옷 입으면 기분이 나겠어요? 사람은 비교할 대상이 있어야 자기가 행복한 걸 알거든. 거기가 그런 데였어요. 천국의 문 복지원... 공주옷이나 예쁜 마론 인형은 나만 가지고 있었어. 가끔 먹다 질린 과자를 던져주면 애들이 바글바글 벌레처럼 모여들어요. 그 모습을 보며 난 깨달았죠. 아... 난 특별하구나! 지금 우리 아빠 병원에서 1년에 못 해도 310명은 죽어나갈 걸? 아파서 죽고, 의료사고도 나고, 의사가 과로로 죽기도 하고. 근데, 31명이 죽은 게 뭐가 문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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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백의 대가 · 강소해
(우리 애기는 죄명이 뭐야? 꽃뱀? 약물?) 살인이요. (그 젓가락 같은 팔로 살인을 했어?) 팔이 가늘어도 밥에 독약 탈 힘은 있거든요. 온몸이 뒤틀리고 내장이 타들어가게, 그렇게 죽였어요. (신입 주제에 어디서 개구라를 쳐?) 구라 아닌데... 언제 한 번 보여드릴까요? 여기서 굴러다니는 약 몇 개만 있으면 만들 수 있는데... (구타 당하는 모은(김고은). 날카로운 도구로 목을 겨냥하며) 여기가 대동맥이야. 사람 몸에서 제일 중요하면서도 약한 부분. 1밀리가 찢어져도 언니 피가 사방으로 뿜어져. 여기 의무실에서는 당연히 멈출 수 없고, 병원으로 이송되는 중에 과다출혈로 죽게 될 거야. 왜, 이것도 구라 같아요? 이건 지금 당장 보여 줄 수 있는데....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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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극장 비주류연애블루스 · 미상
예전에 작은 주공아파트에 혼자 산 일이 있어요. 스물 두 세살 때였나? 밤늦게 까지 일하고 피곤에 절어 택시에 탔는데 기사 아저씨가 계속 말을 거는거에요. 무슨 일 하느냐? 남자친구는 있느냐? 집에 혼자 사냐? 집에 들어가려는데 기사아저씨가 자기랑 연애나 한번하면 어떻겠녜요. 자기가 엄청 잘 한다나? 어이없죠? 너무 화가 나서 뭐라구 하구 집에 들어가는데 뭔가 기분이 이상한거에요. 목덜미가 오싹하구 다리가 풀리는 느낌? 난간을 잡고 심호흡을 하는데 허... 세상에 주차장에 그 택시가 있었어요. 다른 차들 사이에 끼어 불까지 끄고서. 쪼그려 앉아서 계속 주차장을 훔쳐봤죠. 차 세우고 어디 간 걸까? 아님 이 근처에 사나? 별 생각을 다하고 있는데 다른 차 한대가 주차장으로 들어오면서 헤드라이트 불빛을 비추는데 어땠는지 아세요? 캄캄한 차안에서 기사가 글쎄 제가 있는 아파트를 노려보고 있었어요. 제가 몇호에 사는지 들어갈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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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보노 · 엘리야
엄마와 저는 왜 이렇게까지 되었을까요? 어릴 때는 그렇게 좋던 엄마였는데... 돈이 화근이었을까요?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평생 우리 가족이 만져 본 적도 없던 돈들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이 모든 것들이 시작된 것 같습니다. 저는 솔직히 엄마랑 이런 일로 끝까지 싸우고 싶지 않았습니다. 돈? 그까짓 거 엄마 다 줘버려도 상관없었습니다. 저는 다만 자유를 원했습니다. 평생을 엄마의 현금 지급기로 살고 싶지는 않았으니까요. 어떻게든 전속 계약만 해지해주면 떠날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저기있는 지혜 언니를 만나면서 '이게 나 혼자만의 일이 아니구나' 알게 되었습니다. 저기 있는 지혜 언니의 삼촌과 숙모는 조카의 장애인 연금을 횡령하고도 구걸이라도 해서 돈 벌어 오라며 조카를 길거리로 내몰았습니다. 벌이가 신통치 않으면 매질을 했구요. 슬프게도 때로는 가족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가해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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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우리 · 정원
근데 왜 안물어? 왜 깨졌냐구. 민재 오빠 엄마 만났다. 우연히 만났는데, 대뜸 호구조사를 하더라구. 그냥 솔직하게 말했지. 부모님 안계시고 고시원 산다. 그랬더니 막 얼굴이 벌게지고 눈물을 흘리시는거야. 내가 불쌍하대. 그래서 아줌마가 뭐 샬라샬라 뭐라 하시는데 뭐 결론은 그거더라구. 돈은 없어도 된다, 그치만 좋은 가정환경은 중요하다. 뭐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 근데, 근데 뭐 나보고 어쩌라구? 강민재는 옆에서 입 꾹닫고 가만히 있고... 고시원에 가만히 앉아 있는데 조그만한 창문으로 해가 손바닥만하게 들어오더라구. 아... 난 햇빛도 이만큼밖에 못가지는구나... 딱 손바닥만큼만... 그래서 슬펐어. 그랬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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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렌 · 한설아
내가 무섭지 않아요? 남자들을 죽여 놓고 그냥 거짓말 하는 것 수도 있잖아요. 불 지른 것도 나라고 했고... (보통 비극은 아이가 아니라 어른이 만드니까...) 내가 택한 거에요. 밑바닥까지 가 본 사람들을 알아요. 불행은 오히려 가진 게 없는 사람에게 몰려든다는 걸. 아버지가 쓴 사채가 눈덩이처럼 늘어났고, 벗어날 방법은 없었어요. 죽기 전까지는... 어느날 엄마가 영화를 보고 오라며 등을 떠밀었어요. 느낌이 이상했고, 영화 대신 치킨을 사 갔는데, 부모님은 이미 농약을 마셨고 기름이 흘러 나오고 있었어요. 사고로 보이게 불을 내려 했던 걸 알았죠. 나도 같이 죽을 생각이었는데 실패했어요. 나 혼자 지옥 속에 남겨진 거죠. 뒤늦게 알았어요. 아버지가 사망 보험금으로 사채 빚을 갚으려고 했다는 거. 그 계획을 알게 된 엄마는 같이 죽을 결심이었고. 그 목숨값으로 내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거에요. 끔찍한 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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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감사 · 주인아
기준아, 나 할 말이 있어. 나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이제 더 바쁠 거야. 새벽 출근하고, 툭하면 야근하고, 외부 일정도 많아질 거고. 지금처럼 문자나 전화에 째깍째깍 답장 잘 못할 수도 있어. 그리고 무엇보다, 나 아마 성격이 더 더러워질지도 몰라. 그만큼 책임도 많고 예민해지는 자리니까. 지금보다 더 성격 급해지고, 더 까탈스러워지고, 더 화도 많아지고... 너한테 막 스트레스 풀 수도 있어. (기준: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나랑 같이 살래? 같이 살아보자, 우리. (기준: 동거를 하자고요? 갑자기?) 응. 오늘 소식 듣고 너무 기쁜데, 기준이 너한테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더라고. 집에서 혼자 자축했는데 별로 기쁘지도 않고, 너랑 같이 먹을 때처럼 파스타가 맛있지도 않고. 언젠가부터 기쁨도 슬픔도 너랑 나누는 게 익숙해졌는데 내가 몰랐었나 봐. 나도 이미 너랑 함께하는 일상을 그리고 있었는데, 그냥 막연하게 '결혼은 안 된다'는 생각에 갇혀 있었던 것 같아. 사실 결혼은 아직 자신 없어. 우리 아버지는 가정을 지키지 못했고, 우리 엄마는 결혼이라는 제도에 제대로 속해보지도 못했잖아. 내 삶에 너무 없던 개념이라 확신이 없는 게 사실이야. 그래도 기준이 너랑 함께하고 싶으니까 시간을 갖고 천천히 같이 사는 것부터 해보고 싶어. 뭐야, 좋다 싫다 대답을 해야지! 나 혼자 쫑알쫑알 무안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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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도 출근 · 이혜지
그 사람은 너에게 아주 사적인 비밀을 들켰고, 넌 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심각한 몰골을 들켰다? 그리고 그 사람은 퇴사한다? 요거는 내가 보기엔 고백각이다. 그 사람이 네 몰골을 보고 웃었다며. 그것도 평소에 절대 안 웃는 사람이. 그건 네가 그 남자를 무장해제 시켰단 얘기잖아. 야, 퇴사까지 한다니까 이건 뭐 사내연애 고민 안 해도 되고, 고백하려는 거지. (네가 그 사람을 잘 몰라서 그러는건데, 그런 사람이 아니야.) 머리 위에 꽃 달고 헤헤 거리는 놈보다 백배 낫다. 진행시켜! 썸이라는걸 한 번 타보라고. 크게 하자 없으면. 야, 남자는 남자로 잊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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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싫어 · 주계나
(참고 기다리면서 이 악물고 살다 보면 보상 받게 되어있어.) 엄마 나는 나중에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 그 보상 기다리면서 지금 괴로운 거 견디는 게 너무 싫어. 할머니도 그렇게 평생 참고 고생하다 돌아가신거 아냐. 아니, 엄마는 그런 생각 해 본 적 없어? 그냥 진짜로 엄마가 원하는 대로 살아 보고 싶은 적 없냐고. 누구 기대에 맞춰 사는게 아니라.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하고, 애 낳고, 그러는 걸 바라는게 잘못된거야?) 결혼하고 애 낳는게 무슨 보상이야? 엄마는 내가 진짜 지명이네 팔려갔음 좋겠어? 나도 행복하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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